'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그래서 피로나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생각하고 무심코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반복되거나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단순 피로의 문제가 아닌,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신경과 전문의 임준성 원장(맑은머리신경과)은 "특히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동반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무심코 넘길 수만은 없는 어지럼증, 그 원인과 대처법은 무엇일까? 임 원장과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어지럼증 증상을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매우 흔한 증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에 의한 어지럼증이 아니라 뇌나 귀, 심지어 심장 같은 주요 장기의 문제로 인해서도 생길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런 어지럼증은 갑자기 생기거나 다른 증상들을 동반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 어지럼증은 증상 자체로도 삶의 질을 많이 떨어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어지럼증의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어지럼증은 그 자체로 질환이라기보다는 특정 질환의 증상으로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 크게 세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1. 이석증
우리 귓속 깊은 곳에는 '전정 기관'이라고 하는 평형을 잡는 기관이 있습니다. 전정 기관에는 '세반고리관'이라는 기관이 있고 '이석'은 이 반고리관이 모이는 곳에 위치해서 우리 몸의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돌'입니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이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을 돌아다니게 되는 현상이 바로 이석증입니다. 이석증이 발생하면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향할 때 수초에서 1분 이내의 짧은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돌아다니는 이석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주는 '이석 치환술'을 활용하게 됩니다.

2. 전정신경염
전정신경염은 앞서 설명한 전정 기관에 있는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전정 신경은 전정 기관에서 뇌로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염증이 생기게 되면, 갑작스러운 현기증과 함께 구토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전정 억제 약물을 쓰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정 재활 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합니다.

3. 뇌 질환
뇌질환은 뇌졸중, 뇌종양, 편두통성 현기증 등의 질환을 말합니다. 특히 뇌졸중이나 뇌종양의 경우 말이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다리만 불편해지는 '편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졸중 등의 뇌 질환의 원인을 치료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지럼증이 완화가 될 수 있고, 편두통성 현기증의 경우에도 편두통 예방 약물 치료를 통해서 두통과 어지럼증을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자율신경 이상, 심장 부정맥 등 전신 질환이나 불안, 우울 등의 심리적인 원인도 고려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이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어지럼증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q. 뇌졸중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두려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말이 어눌해지거나, 편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것 외에도 한쪽 얼굴이 처져서 안면 비대칭이 생기기도 하고, 물체가 두 개 이상 겹쳐서 보이는 복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어지럼증과 함께 아주 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증상들이 뇌졸중의 전형적인 징후입니다. 특히 이런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고 이전에는 없던 어지럼증이라고 생각된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원인이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어지럼증,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요?
어지럼증은 자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병력 청취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의료진은 먼저 어지럼증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어떤 유발 요인이 있는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등 자세한 병력 청취를 거친 후에 다양한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신경학적 검사와 함께 안진, 즉 눈동자의 떨림 여부를 파악하고, 떨림이 있다면 어떤 패턴인지 분석하기도 합니다. 또, 필요시에는 전정 기능 검사, 자율신경 검사, 뇌 영상 촬영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냅니다. 이렇게 원인 질환을 찾아내고 환자의 어지럼증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알게 되면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습니다.

q. 병원에 가도 원인을 분명히 알아내지 못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전체 어지럼증의 30% 정도는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진료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어지럼증의 양상과 시간, 그리고 음식과 스트레스 등의 관계를 기록하는 '증상 일기'를 통해서 원인을 밝혀낼 수도 있습니다.

또 원인을 모르지만 어지럼증이 자꾸 반복된다면 수면과 수분 섭취 등 생활 습관을 체크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이비인후과의 협진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