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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45%는 예방 가능..."중장년기 '인지 예비능' 강화에 주목해야"[치매를 말하다 ⑥]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력이 저하되고, 그 중 일부는 자연스레 치매로 진행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20여 년간 축적된 역학 연구와 임상 데이터는 이러한 의학적 통념을 점진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오늘날 치매는 상당 부분이 예방 가능하고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질환'이라는 관점이 의학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2024년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 치매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일상 속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을 통제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 치매 발병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뇌의 병리적 변화가 본격화하기 전인 중장년기의 선제적 관리에 주목한다. 신경과 양영순 교수(순천향대 천안병원)는 "중년기부터 다각적인 관리를 통해 뇌 손상을 버텨내는 힘, 즉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을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양 교수와 함께 치매 예방의 필요성과 주요 위험 요인,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예방 전략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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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한창 일할 50대에 치매?"...중년 위협하는 '초로기 치매'란 [치매를 말하다 ⑤]

근본 치료 어려운 치매, 예방이 '최우선 전략'
우리 뇌는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회복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장기다. 피부나 간 등 다른 장기와 달리 재생 능력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퇴행성 질환으로 소실된 뇌 신경망을 이전 상태로 복구하는 '근본적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장기 기능 저하에도 약물로 일상 유지가 가능한 반면, 치매는 환자의 독립적인 삶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무너지는 일상을 막기 위해 현대 의학은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왔다. 최근에는 뇌 속 독성 단백질을 직접 표적하는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가 잇따라 임상에 도입되며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역시 한계는 존재한다. 적용 대상이 초기 환자로 국한되고 질환의 진행을 늦출 뿐, 이미 훼손된 인지 기능을 정상으로 돌리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잃어버린 뇌 기능을 단숨에 되찾아줄 '마법의 알약'이 없는 현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대안은 발병 자체를 늦추는 것이다. 양 교수는 "진행된 신경 퇴행을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어려우므로, 환자의 독립적인 삶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발병을 늦추는 선제적 예방 전략이 임상적으로 훨씬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뇌 손상 버텨내는 방어막, '인지 예비능' 강화가 관건
치매를 예방하려면 뇌를 손상시키는 요인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화에 따른 뇌 신경 손상이나 독성 단백질 축적 자체를 완벽히 막을 방법은 현재 의학 기술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병리적 뇌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해답은 뇌가 손상을 버텨내는 기초 체력, 즉 '인지 예비능'에 있다. 뇌에 비슷한 수준의 타격을 입고도 어떤 사람은 조기에 치매를 앓는 반면, 어떤 사람은 생애 마지막까지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한다.이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 변수가 인지 예비능이다. 뇌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스스로 우회 네트워크를 가동해 정상 기능을 유지해 내는 방어 능력을 말한다.

양영순 교수는 "실제 사후 병리 연구를 보면 뇌에 치매 유발 단백질이 상당량 축적됐음에도 생전에 정상적인 인지 기능을 유지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며 "뇌의 병리적 부담이 비슷해도 증상 발현 시점과 중증도가 개인마다 다른 이유는 결국 인지 예비능의 격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뇌에 어느 정도의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인지 예비능이 충분히 강화되어 있다면 치매 증상 발현을 늦추고 독립적인 일상을 지켜낼 수 있다. 양 교수는 "높은 시냅스 밀도와 복잡한 신경망 구조를 갖춘 사람은 뇌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대체 네트워크를 동원해 임계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며 "실제로 교육 수준이나 지적 활동이 높은 사람일수록 시냅스 관련 단백질 발현과 회백질 밀도가 잘 보존되는 경향이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치매를 앞당기는 14가지 위험 요인
인지 예비능의 소모를 막으려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일상 속 위험 요인을 차단해야 한다.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된 치매 위원회 보고서는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14가지 수정 가능한 요인으로 △저학력(유년기) △청력 손실 △고혈압 △흡연 △비만 △우울증 △신체 활동 부족 △당뇨병 △과도한 음주 △외상성 뇌손상 △대기오염 △사회적 고립 △치료받지 않은 시력 손실 △높은 LDL 콜레스테롤을 지목했다.

또한 보고서는 14가지 위험 요인의 적절한 관리가 전체 치매 발병 위험을 최대 45%까지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추측이 아닌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된 '인구기여위험도(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에 근거한다. 이는 모든 사람이 해당 위험 요인을 완벽히 교정했을 경우를 가정한 이론적 최대치다.

양영순 교수는 "현실에서는 유전적 요인이나 의료 접근성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이를 온전히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이 지표는 치매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강력한 학술적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겉보기엔 각기 다른 이 요인들이 뇌에 미치는 병태생리적 경로가 결국 '혈관·대사 기능 이상'과 '만성 염증'이라는 공통 축으로 수렴한다는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 비만 등은 뇌혈관의 내피세포 기능 장애를 유발하고 혈뇌장벽(BBB)을 손상시킨다. 이는 독성 단백질 축적을 촉진해 뇌에 1차적인 타격을 입히는 동시에, 방어막인 인지 예비능마저 빠르게 갉아먹는다.

나아가 난청 등 감각 저하는 신경망 비활성화를 초래하고, 수면 장애는 뇌 노폐물 배출 통로인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의 기능을 떨어뜨려 위험을 더한다. 양영순 교수는 "이 요인들은 서로를 증폭시키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므로, 공통된 발병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린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정서적 외로움을 넘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간의 인지 기능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만성적 고립은 스트레스 반응(HPA 축)을 과활성화해 해마 기능을 훼손하고 전신 염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생물학적 위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증상 발현 전 선제 대응해야... 예방의 최적기는 '중장년기'
앞서 살펴본 위험 요인들이 뇌 신경망을 훼손하는 과정은 결코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생물학적 변화가 서서히 축적된 결과물이다. 역설적으로 이 긴 축적의 시간은 우리에게 병리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충분한 '개입의 기회'를 제공한다. 

양영순 교수는 "병리가 상당 부분 진행돼 비가역적인 단계에 이른 노년기보다, 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보존된 중장년기부터 선제적인 개입을 시작해야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예방적 개입은 질환의 진행 단계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명확히 달라진다. 양 교수는 "전반적인 개입 효과는 정상 노화 단계에서 가장 크고,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는 병의 진행 지연에 의미가 있으며, 초기 치매에서는 현상 유지 중심의 효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생활습관 중재는 질병 수정 치료를 단숨에 대체하기보다 병리 진행 속도를 늦추는 장기적 완충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혈관 관리부터 사회적 연결까지...다층적 통합 관리 필수
전문가들은 어느 한 가지 위험 요인만 교정하는 것을 넘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요인을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관리하는 '다층적 통합 접근'을 권고한다. 최우선 개입 영역은 혈압과 혈당 등 혈관·대사 지표의 철저한 관리와 함께 수면무호흡, 난청과 같은 동반 질환을 선제적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뇌 혈류를 개선하고 신경가소성을 촉진하는 규칙적인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일상화해야 전신 건강과 행동 증상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적 연결망 확보와 심리적 건강 역시 다층적 관리의 핵심 요소다. 정기적이고 구조화된 사회 참여와 역할 유지는 무감동과 우울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며, 우울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도 주요 예방 전략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양영순 교수는 "결국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비가역적 노화의 결과가 아니라, 현재의 생활습관 선택에 따라 발병 위험을 일정 부분 통제할 여지가 있는 질환이다"라며 "중장년기부터 앞서 제시된 건강 원칙들을 일상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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